1박 2일 · 처가 식구 나들이 · 한국민속촌 · 용인중앙시장
얼마 전 처가 식구들이랑 다 같이 1박 2일로 용인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원래는 그냥 숙소만 잡고 쉬다 올 생각이었는데, 가는 길에 한국민속촌도 들르고 돌아오는 길엔 용인중앙시장 경성순대국에서 순대국까지 먹고 오면서 생각보다 알찬 하루가 됐다. 아래는 그날 다녔던 순서 그대로 적어본 후기다.
처가 식구들이랑 다 같이 여행 한 번 가자는 얘기가 나온 지는 꽤 됐는데, 다들 스케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드디어 날을 잡았다. 목적지는 용인자연휴양림 — 장인어른이 미리 예약을 해두셨다고 해서 나는 그냥 짐만 챙겨서 따라나섰는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하루 코스치고는 꽤 알차게 돌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의 한국민속촌
출발은 오전 느지막이 했다. 다 같이 움직이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렸고, 첫 목적지는 한국민속촌이었다. 사실 민속촌은 초등학교 소풍 이후로 거의 처음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아이들도 신기해하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한여름이라 그런지 걷다 보니 금세 더워져서 그늘 찾아 쉬엄쉬엄 다녔는데, 그래도 전통 가옥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하니까 시간이 금방 갔다. 민속촌 구경을 마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이라, 휴양림 바로 앞에 있는 코페아 플래그쉽 스토어에 들러 잠깐 숨을 돌리기로 했다.
코페아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한숨 돌리기
크루아상은 결이 살아있게 바삭했고, 초콜릿빵은 다들 손으로 뜯어 먹느라 접시가 금세 부스러기투성이가 됐다.
황토빛 잔디 슬로프와 어린 소나무가 보이는 테라스 자리 — 다들 아이스 음료를 앞에 두고 빵을 나눠 먹었다.
코페아 플래그쉽 스토어는 언덕 위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테라스에 앉으면 황토빛 잔디 슬로프와 어린 소나무들이 눈앞에 쭉 펼쳐지는 곳이었다. 휴양림 바로 앞이라 그런지 규모도 꽤 크고 베이커리 종류도 다양했다. 다들 아이스 음료를 한 잔씩 시키고, 크루아상이랑 초콜릿이 콕콕 박힌 빵을 몇 개 나눠 주문했는데 — 크루아상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결이 살아있게 잘 뜯기는 스타일이라 다들 손으로 하나씩 집어 들고 뜯어 먹느라 접시 위가 금세 부스러기투성이가 됐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옆자리에서는 라떼 종류를 시켰던 것 같은데, 테이블 옆에 놓인 아기 하이체어를 보니 아이 동반 손님들도 많이 찾는 카페인가 싶었다. 뜨거운 볕 아래를 한참 걷다가 그늘에 앉아서 얼음 가득한 음료를 들이켜니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다들 포크로 빵을 나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사진 한 장 남기자고 해서 다 같이 브이 포즈로 찍었다.
민트색 빨대를 꽂은 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
뒤로 보이는 아기 하이체어를 보니 아이 동반 손님도 많이 찾는 카페인 듯했다.
🌲 드디어 도착한 휴양림
코페아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한숨 돌리고 나서는 휴양림으로 이동했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처인구 모현읍 쪽, 정광산 남쪽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소나무와 밤나무가 우거져서 확실히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차 문을 열자마자 숲 특유의 서늘한 기운이 훅 들어오는 게, 방금까지 민속촌에서 땀 흘리며 걷던 거랑은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로 들어가서 짐을 풀었는데, 산림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시설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방이랑 화장실, 거실이 갖춰져 있고 냉난방도 잘 되는 편이라 여름에도 지내기 편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기가 몇 년 전에 낡은 데크를 싹 교체하는 리모델링을 했다고 하던데, 확실히 낡은 느낌 없이 관리가 잘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숙소 앞에는 차를 몇 대 세울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다 같이 각자 차를 끌고 왔는데도 주차 걱정 없이 짐을 옮길 수 있었다.
🔥 화로대에서 구운 숯불구이 저녁
저녁은 숙소 야외에 마련된 화로대에서 다 같이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다. 목살로 보이는 도톰한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그 옆에는 표고버섯이랑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까지 종류별로 나란히 얹었다. 처음엔 고기가 뽀얗게 핏기만 가시고 겉면만 살짝 익은 상태였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까 겉이 진한 갈색으로 노릇하게 익어가는 게 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였다. 매점에서 숯을 사면 불까지 피워준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장작은 반입이 안 되고 숯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 관리는 크게 신경 쓸 일 없이 굽는 데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자욱하게 퍼지는 와중에 버섯들도 야무지게 노릇해져서, 한 점씩 집어 먹으니 육즙이랑 버섯 향이 같이 씹혔다. 다 같이 둘러앉아 먹으니 그 자체로 이미 배가 불렀는데, 다들 오랜만에 모여서인지 밥 먹는 내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도톰한 목살 여섯 점과 표고·새송이·양송이버섯을 나란히 올린 초반 모습. 고기는 아직 핏기만 가신 상태.
🌙 랜턴 하나 켜놓고 떠난 밤 계곡 산책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나서 다들 슬슬 소화도 시킬 겸 계곡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숙소 바로 앞에 계단을 몇 개 내려가면 바로 계곡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는데, 밤이라 랜턴 하나 켜놓고 다 같이 바위 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었다. 물이 그렇게 깊지는 않아서 다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서 발을 담갔는데, 낮에 왔으면 다슬기라도 잡아볼 수 있었을 것 같은 얕고 맑은 계곡이었다. 밤공기에 물소리가 섞여서 들리니까 낮보다 훨씬 시원하게 느껴졌고,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서 찍은 사진이라 다들 표정이 웃기게 나왔는데, 오히려 그게 더 기억에 남는 사진이 된 것 같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랜턴 하나 켜놓고 바위 위에 올라서서 찍은 사진. 다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물에 들어갔다.
☀️ 다음 날 아침, 다시 만난 계곡
다음 날 아침엔 일찍부터 부산스럽게 짐을 챙겨 나왔다. 숙소 앞 도로에 아침 햇살이 길게 늘어지길래, 아내랑 나란히 서서 그림자를 찍어봤는데 그림자가 사람 키의 두세 배는 되게 길게 뻗어 나온 게 재밌어서 한 장 남겼다. 전날 밤 계곡에서 놀던 자리를 아침에 다시 지나가면서 보니 물이 훨씬 더 맑고 투명하게 보여서, 다음에 오면 낮에도 꼭 발 담그고 놀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햇살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재밌어서 남긴 한 장.
🍲 용인중앙시장, 경성순대국으로 마무리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는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용인중앙시장에 들렀다. 장인어른이 시장에서 장을 좀 봐가시겠다고 하셔서 다 같이 시장 구경도 할 겸 따라나섰는데, 오랜만에 재래시장 특유의 활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다들 손에 장바구니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장을 다 보고 나서는 다들 출출하던 차에 시장 안 경성순대국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순대국 말고 모둠 편육도 하나 시켜서 다 같이 나눠 먹었는데, 순대랑 오소리감투·간 같은 내장류를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한 접시 가득 담아주는 스타일이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술 생각이 절로 났지만 다음 날 운전이 있어서 다들 참았다.
용인중앙시장 경성순대국에서 순대국과 같이 시킨 모둠 편육. 순대와 오소리감투·간 같은 내장류를 큼직하게 썰어 담아줬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뜨끈한 국물에 순대랑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간 순대국까지 한 그릇씩 뚝딱 비웠는데, 1박2일 여정의 마지막을 이렇게 든든하게 마무리하니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 같이 얘기해보니, 다들 이번 여행이 생각보다 알차고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휴양림만 딱 갔으면 좀 심심했을 수도 있는데, 민속촌이랑 시장까지 코스에 껴서 그런지 하루가 꽉 채워진 느낌이었고, 무엇보다 다 같이 숯불에 고기 구워 먹고 밤에 계곡 나가서 사진 찍고 하는 그 시간 자체가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이런 게 여행의 진짜 목적 아닌가 싶기도 하고. 평소엔 다들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일정도 안 맞아서 명절 때나 겨우 얼굴 보는 사이인데, 이렇게 하루 이틀 붙어 다니면서 같이 밥 먹고 걷고 하니까 오히려 평소보다 더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에 또 처가 식구들이랑 어디 갈 일이 생기면, 이런 식으로 자연휴양림을 베이스캠프 삼아서 주변 코스를 엮어서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 기본 정보
| 위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초부로 220 (정광산 남쪽 자락) |
|---|---|
| 문의 | 031-336-0040 |
| 입장료 |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7~12세) 600원 (단체 20인 이상 20% 할인, 용인시민 신분증 제시 시 면제) |
| 운영시간 | 일일 방문: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17:00 · 숙박: 14:00 입실 ~ 익일 11:00 퇴실 |
| 예약 | 산림청 숲나들e (foresttrip.go.kr) — 숙박·야영 이용객은 입장료·주차료 면제 |
※ 입장료·운영시간은 방문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예약 전 숲나들e에서 최신 공지를 한 번 더 확인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 숙박시설
| 숲속체험관 | 8개 객실 |
|---|---|
| 숲속의 집 | 14동 |
| 목조체험주택 | 3동 |
| 카라반 | 4동 |
| 야영장 | 별도 운영 (데크 규격에 따라 요금 상이) |
동별로 기준 인원이 4명부터 13명까지 다양해서, 처가 식구들처럼 여러 세대가 함께 움직이는 경우엔 인원수에 맞는 동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는 게 좋다. 숙소마다 야외에 화로대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숯불구이가 가능하고, 매점에서 숯을 구매하면 불을 피워주는 서비스도 있다.
장작 반입은 금지되어 있고 숯만 사용 가능합니다. 매점에서 숯을 구매하면 불을 피워주니 참고하세요. 우천·강풍·산불 위험 시에는 야영장 이용이 제한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 준비물 체크리스트
- 숯불구이 재료 (고기, 버섯 등 채소) — 장작은 반입 불가, 숯만 가능
- 고기 뒤집개·집게, 앞치마, 목장갑
- 아이스박스 (식재료·음료 보관용)
- 랜턴 또는 손전등 — 밤에 계곡·산책로 이동 시 필수
- 계곡 물놀이용 아쿠아슈즈, 여벌 옷과 수건
- 벌레 기피제 (숲과 계곡 인접이라 여름철엔 필수)
- 돗자리 또는 캠핑 의자
🚶 계곡 & 산책로
숙소 바로 앞으로 초부리 계곡이 이어져 있어서, 저녁 식사 후 산책 삼아 걸어 내려가기 좋았다.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과 발 담그고 놀기에도 무리가 없고, 낮 시간대에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휴양림 전체적으로는 숲과 계곡이 번갈아 나타나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등산로까지 포함하면 4.75km 규모라 다음 날 아침에 가볍게 걷기에도 좋을 듯하다.
🗺️ 주변에 같이 들를 만한 곳
| 한국민속촌 | 전통 가옥과 체험 공간 위주로, 아이들과 함께라면 반나절 코스로 넉넉하다. |
|---|---|
| 코페아 플래그쉽 스토어 | 휴양림 바로 앞에 있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 테라스 자리에서 언덕 전망을 볼 수 있다. |
| 용인중앙시장 | 재래시장 특유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장보기 겸 들르기 좋다. |
| 경성순대국 | 용인중앙시장 안 순대국집 — 순대국에 모둠 편육까지 곁들이면 여정 마무리로 든든하다. |
📍 위치 안내
👨👩👧👦 이런 분들께 추천
부모님·형제자매 등 여러 세대가 한 번에 모이는 가족 모임 장소로 괜찮았다. 숙소 바로 앞에서 숯불구이와 계곡 산책을 다 해결할 수 있어서 별도로 움직일 필요가 없었고, 근처에 한국민속촌·용인중앙시장 같은 코스를 엮을 수 있어 하루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경우에도 잘 맞는다. 다만 매점 품목이 간단한 편이라, 본식 재료는 미리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